가끔 길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는 걸까, 개가 사람을 산책시키는 걸까?
개가 앞장서서 걷는다.
가다가 멈추면 사람도 멈춘다.
개가 냄새를 맡으면 기다려 주고, 볼일을 보면 또 기다렸다가 뒤처리까지 한다.
보고 있으면 누가 누구를 데리고 나온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요즘 AI와 함께 블로그 만들기를 계속하면서 문득 내가 꼭 그런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말한다.
“여기를 눌러보세요.”
나는 누른다.
“이 화면을 보여주세요.”
나는 화면을 캡처해서 보여준다.
“아직 저장하지 마세요.”
그러면 또 기다린다.
이쯤 되면 내가 AI를 사용하는 건지, AI가 나를 움직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AI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오늘은 어제 남겨둔 블로그 작업을 이어서 했다.
먼저 ‘전체 여정 보기’ 페이지에 길게 반복되는 제목을 정리했다.
글의 원래 제목과 주소는 건드리지 않고, 전체 여정 페이지에서만 조금 짧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모든 글의 제목 형식이 똑같지는 않았다.
어떤 글은 날짜가 앞에 있었고, 어떤 글은 뒤에 있었다. 날짜가 없는 글도 몇 개 있었다.
한 번에 전부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일이 커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잘 정리된 것은 그대로 두고, 예외는 억지로 고치지 않기로 했다.
058일 차 제목은 예전에 왜 다른 형식으로 바꿨는지 나도 궁금했던 글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글들과 같은 형식으로 제목만 맞추고 주소는 그대로 두었다.
그다음에는 독자가 글을 읽고 간단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 👍 😊 😢 🙏 💯
댓글까지 쓰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도 버튼 하나 정도는 누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플러그인을 찾고 설치한 뒤 설정하고, 실제 글에서 직접 눌러봤다.
숫자가 0에서 1로 바뀌었다.
별것 아닌 숫자 하나였는데 꽤 재미있었다.
이제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말없이 작은 흔적 하나를 남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AI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작업도 대부분 AI에게 물어보면서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AI가 말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AI가 처음 알려준 플러그인 이름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른 플러그인을 찾아야 했다.
또 처음에는 ❤️와 👍 두 개만 쓰려고 했는데, 설정 화면을 보니 여섯 개의 이모지가 있었다.
AI는 두 개만 남기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고, 나는 생각했다.
“그냥 여섯 개 다 써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 여섯 개를 골랐다.
이런 일은 벌써 여러 번 있었다.
AI가 알려준 화면과 실제 화면이 다르기도 했고, 있다고 한 문장이 내 글에는 없어서 내가 다시 확인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묻고, 화면을 보여주고, 방향을 바꿨다.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
분명 나는 하루 종일 AI에게
“어디를 눌러?”
“이게 맞아?”
“다음은 뭐야?”
하고 묻고 있는데,
마지막 결정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였다.
심봉사가 잡았던 막대기처럼
갑자기 심봉사가 떠올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길을 걸을 때 막대기를 잡고 따라간다.
지금의 나도 비슷한 것 같다.
워드프레스 화면을 보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코드를 보면 더 모르겠다.
플러그인이 뭔지,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어떤 설정이 필요한지 AI에게 계속 묻는다.
AI가 앞에서 길을 알려주는 셈이다.
하지만 AI가 대신 클릭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길 같으면 멈추는 것도 나고,
다시 묻는 것도 나고,
그대로 갈지 다른 길로 갈지 결정하는 것도 나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꽤 중요한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AI에게 끌려다니는 것과 AI의 안내를 받아 걷는 것은 다르다.
나는 AI를 따라가는 걸까, 데리고 가는 걸까?
처음에는 AI가 시키는 대로 하나씩 따라가는 내가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개를 산책시키러 나왔다가 개가 가자는 대로 따라다니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데 64일째가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모든 길을 알아야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니까 물어볼 수 있다.
모르니까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알려주는 길을 무조건 걷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잊지 않는 것 아닐까.
내가 만들고 싶은 블로그가 있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내가 해보고 싶은 실험이 있다.
AI는 그 길에서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준다.
때로는 틀린 길도 알려준다.
그러면 나는 멈춰서 다시 확인하면 된다.
오늘도 그렇게 한 걸음 갔다.
전체 여정을 조금 더 읽기 편하게 만들었고, 독자가 마음을 남길 수 있는 버튼도 만들었다.
아직도 혼자서는 못 하는 것이 많다.
그래도 이제는 AI가 시키는 대로 끌려가고 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로 갈지는 내가 정하고, 모르는 길에서는 AI의 안내를 받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
막대기를 잡고 걷는 사람은 결국 나다.
064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