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다 워드프레스와 씨름한 하루 – 033일 차

글을 쓰려고 했을 뿐인데

평소처럼 글을 쓰고 발행할 생각으로 워드프레스에 들어갔다.

머릿속에는 이미 오늘 정리할 내용이 어느 정도 잡혀 있었다. 글을 다듬고,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태그를 붙인 뒤 발행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 글을 작성하려는 순간 워드프레스 편집기 화면이 이상해졌다. 평소와 달리 글을 입력해야 할 공간이 좁아져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화면이 편집기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무언가를 잘못 눌렀나 싶었다. 새로고침도 해 보고, 다른 메뉴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정작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화면만 들여다보게 되니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 워드프레스가 업데이트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테마 설정이 잘못된 걸까?’

‘내가 사이트를 망가뜨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확인해 보기

예전의 나라면 당황한 마음에 보이는 설정을 이것저것 눌러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제가 더 커지면 결국 손을 놓았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요즘은 AI와 함께 작업하면서 조금 다른 태도를 배우고 있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가능한 원인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것이다.

먼저 워드프레스 버전을 확인했다. 사용 중인 테마도 살펴보았다. 편집기의 보기 설정과 환경설정도 점검했다.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남은 가능성은 플러그인이었다.

플러그인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간편한 목차(Easy Table of Contents)’를 잠시 비활성화했다.

그러자 편집기 화면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플러그인 하나를 끄는 것으로 해결된 것이다.

글쓰기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좋은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독자가 읽고 싶은 내용을 꾸준히 쓰고, AI의 도움을 받아 문장을 다듬으면 언젠가는 수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직접 블로그를 운영해 보니 글쓰기 외에도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다.

워드프레스의 기본 구조를 알아야 하고, 테마와 플러그인의 역할도 이해해야 한다. 카테고리와 태그를 어떻게 나눌지도 생각해야 하고, 화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부터 확인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일들이 글쓰기와 상관없는 잡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왜 이런 설정까지 알아야 하지?’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 환경을 관리하는 일도 결국 글쓰기의 일부였다.

종이와 펜으로 글을 쓰던 시대에는 글을 쓰기 위한 도구를 준비했을 것이다. 지금은 워드프레스와 플러그인을 점검한다.

도구가 달라졌을 뿐, 글을 계속 쓰기 위해 자신의 작업 환경을 돌봐야 한다는 점은 같았다.

카테고리와 태그를 다시 생각하다

편집기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카테고리와 태그도 다시 살펴보았다.

그동안 나는 태그를 많이 붙일수록 검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라도 모두 넣어 두면 누군가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질 것 같았다.

하지만 태그는 많이 붙이기보다 필요한 핵심 태그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테고리가 책장의 큰 구분이라면 태그는 책 속의 세부 주제를 알려 주는 작은 색인에 가깝다. 색인이 너무 많고 제각각이면 오히려 독자도 길을 잃는다.

앞으로는 새로운 태그를 계속 만들기보다, 내 블로그의 핵심 주제를 나타내는 태그를 정해 꾸준히 사용해 보기로 했다.

하루를 잃은 것이 아니라 경험을 얻었다

처음에는 하루를 허비한 것처럼 느껴졌다.

글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문제 해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만큼 글을 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를 돌아보니 허비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나는 워드프레스 편집기에 이상이 생겼을 때 확인해야 할 순서를 배웠다. 플러그인이 편집기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브라우저 화면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는 F11 전체 화면 모드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사소하지만 유용한 사실도 익혔다.

카테고리와 태그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도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했다.

이런 경험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쉽게 얻기 어렵다.

직접 문제에 부딪히고, 답답해하고, 원인을 찾아보고, 마침내 해결했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AI와 함께 배우는 이유

AI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글을 빨리 쓰기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다.

제목을 만들고, 문장을 다듬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을 받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내가 더 크게 느낀 장점은 따로 있다.

모르는 문제 앞에서 혼자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편집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었고, 설정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원인을 좁힐 수 있었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버튼을 누르고 결과를 확인하며 경험을 쌓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늘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하루는 아니었다. 글 한 편을 발행하는 것보다 더 오래 도움이 될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다. 방문자가 늘지 않아 답답하거나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오류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는 일도 다시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처음에는 큰 문제처럼 보였지만, 하나씩 확인하니 결국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AI 초보다. 블로그 운영도 서툴고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보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오늘 계획했던 글은 제대로 쓰지 못했다.

대신 앞으로 계속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나 더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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