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공증을 다녀오며 생각한 일의 보람 – 034일 차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아침이었다.

뉴저지 파라무스에 있는 New Bridge Medical Center 내 한국 요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예배와 찬양을 인도하시는 사역목사님의 부탁을 받고 출장 공증을 해 드리기 위해서였다.

공증 업무를 하다 보면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가끔은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사정상 사무실을 찾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내가 움직이는 것이다.

익숙했던 일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도 참 보람 있는 일이구나.’

평소에는 그저 익숙한 업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그 서류 한 장이 꼭 꼭 필요했고,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그 필요를 채워 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보람이라는 것은 거창한 일을 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순간, 내가 가진 경험과 자격으로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의미 있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은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다 또 하나의 생각이 이어졌다.

언젠가 사무실을 정리하고 은퇴하게 되면 오늘 같은 일도 더 이상 할 수 없겠구나.

두 번째 글에서도 은퇴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은 은퇴를 조금씩 현실적인 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문득 다른 마음이 들었다.

은퇴는 단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 삶의 일부였던 역할 하나를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었다.

글을 쓰면서 하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하루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출장 공증 다녀왔다.’라는 한 문장으로 끝났을 하루였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보니, 오늘의 기억은 공증 업무가 아니라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 남아 있었다.

AI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도 바로 이것인지 모르겠다.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나쳐 버릴 뻔한 하루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언젠가는 지금의 일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맡겨진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공증이라는 일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다. 앞으로는 내가 걸어온 길과 배운 것들을 글로 나누며 누군가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시는 새로운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는 화려한 일이 있었던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일을 아직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날이었다.

그래서 이 하루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은퇴한 뒤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때는 참 감사한 시간을 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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