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 096일 차

젊었을 때는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줄 알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것들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요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젊었을 때 관심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했던 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인연은 기타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잘 치던 친구

내가 처음 기타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친한 친구 하나가 기타를 아주 잘 치는 다른 친구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기타를 잘 치는 친구에게 직접 배우면 될 것을, 무슨 자존심이었는지 그 친구에게는 배우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그 친구에게 기타를 배우던 내 친한 친구에게 배웠다.

선생님에게 직접 배우지 않고 학생에게 다시 배우는 셈이었으니,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에는 「로망스」나 「태양은 가득히」, 「슬픈 로라」 같은 음악이 인기가 있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포크송보다는 손가락으로 줄을 하나씩 뜯어 연주하는 곡들에 마음이 끌렸다.

물론 연주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럴듯한 소리를 흉내 내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기타를 잘 치던 그 친구는 참 대단했다. 우리와 똑같은 고등학생이었는데도 기타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모아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작은 개인 교습소 같은 것을 운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오래 배우지 못했다. 끈기도 부족했고, 기타를 붙들고 몇 시간씩 연습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꼭 해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기타는 내 생활에서 멀어졌다.

수십 년 뒤, 다시 기타를 잡은 이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내가 다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계기가 조금 다르다.

나는 십수 년째 ‘단비’라는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팀은 병원과 양로원을 찾아가 환자들과 어르신들에게 찬양을 들려드린다.

특별한 악기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찬양하는 아카펠라 방식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아름답지만, 활동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타 반주를 해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참 좋을 텐데.’

세상에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공교롭게도 우리 팀에는 기타 반주를 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누군가 새로 들어와 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내가 배워서 하면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저 기타를 쳐보고 싶어서 배웠다면, 이번에는 분명한 목적이 생겼다. 단비팀이 병원과 양로원에서 찬양할 때 내가 기타로 반주를 보태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 만에 다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손가락은 아직도 초보

기타를 다시 배운 지 벌써 넉 달에서 여섯 달 정도 된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단비팀에서 반주할 수준은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찬양팀과 함께 기타를 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처럼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젊었을 때 잠깐 흉내 냈던 경험이 있으니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기타는 그런 기대만으로 되는 악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고등학교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목표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기타를 조금 배우다가 그만둘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단비팀에서 찬양 반주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 목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 데까지 가볼 생각이다. 아니,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

예전에는 잠깐의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내가 왜 배우는지 알고 있다. 그 차이가 나를 계속 기타 앞에 앉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진다

생각해 보면 요즘 내 생활에서 새롭게 배우거나 즐기는 것이 기타만은 아니다.

탁구도 치고, 피클볼도 한다. 등산도 하고, 골프와 피트니스에도 시간을 쓴다.

종류도 참 다양하다. 어떤 것은 공을 쫓아 움직여야 하고, 어떤 것은 긴 시간을 걸어야 하며, 또 어떤 것은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야 조금씩 나아진다.

공통점이 있다면 시작한다고 곧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탁구든 피클볼이든 마음먹은 대로 공이 움직여 주지 않을 때가 있다. 골프 역시 생각만큼 간단한 운동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느낌도 달라진다.

그런데도 계속하게 된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조금 더 잘하고 싶어지고, 어제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관심이 생겨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시작하기도 전에 미뤄두는 일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시간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도 있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그저 마음속에만 두지 않으려고 한다.

관심이 생기면 한번 해본다. 잘하지 못하면 배우면 된다.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면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된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것은 능력보다도 이런 마음가짐인지 모른다.

나를 위한 즐거움, 다른 사람과 나누는 기쁨

요즘 내 시간을 채우는 일들이 운동과 취미뿐인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단비 찬양팀 활동도 있고, 선교여행과 새신자 후원처럼 신앙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도 있다.

병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는 날이면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이 된다.

우리가 부르는 찬양이 얼마나 훌륭하게 들리는지보다, 그 시간을 통해 누군가가 잠시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운동을 하거나 기타를 배우는 시간에는 내 몸과 마음이 활기를 얻는다. 반면 누군가를 찾아가고, 함께하고, 작은 도움을 나누는 시간에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탁구와 피클볼을 즐기는 나도 나이고, 서툰 손가락으로 기타를 배우는 나도 나다. 병원과 양로원을 찾아가 찬양하는 나 역시 지금의 내 모습이다.

서로 달라 보이는 활동들이 결국 내 삶을 조금씩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기타는 그 두 가지를 이어주는 특별한 도전이 되었다.

내가 좋아서 배우는 악기이면서, 언젠가는 다른 사람을 위한 찬양에 사용하고 싶은 악기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끝을 향해 가는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일이 하나둘 늘어날 수도 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까지 줄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더 잘하고 싶은 것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일도 남아 있다.

기타 반주라는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나는 지금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간에서 적당히 멈출 생각이 없다.

언젠가 단비팀이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찬양할 때, 내가 기타를 들고 함께 반주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면 고등학교 시절 기타 줄을 어설프게 뜯던 내 모습도 떠오를 것 같다.

그때는 조금 배우다가 그만두었지만, 지금은 끝까지 해내고 싶은 이유가 있다.

젊을 때 미뤄두었던 꿈이 반드시 젊을 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꿈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이유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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