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면서, 읽기 편한 블로그는 어떤 모습일까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
ForeverDisciple.com.
그동안 혼자 글을 쓰고, 고치고, 대표이미지를 만들고, SEO 점수를 확인하면서 수도 없이 들여다본 블로그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휴대폰으로 내 블로그를 열어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블로그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보고 있었구나.
처음 온 사람은 어디서부터 읽지?
내 블로그는 하루하루 경험을 기록하는 연재 형식이다.
오늘이 62일 차라면 처음 방문한 사람 중에는
‘이 사람은 어떻게 시작했지?’
하고 1일 차부터 읽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최신 글은 바로 보이지만 1일 차를 찾아가는 방법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무슨 글이 있는지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처음 들어온 사람은 다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익숙한 블로그가, 읽는 사람에게도 편한 블로그라는 보장은 없었다.
어제는 여기까지 생각했다.
오늘은 생각만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읽기’를 만들었다
AI에게 물어보면서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으로 들어갔다.
메뉴 설정을 찾아 001일 차 글을 연결하고 이름을 ‘처음부터 읽기’로 바꿨다.
몇 번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설정한 끝에 PC 화면 상단에
홈 | 소개 | 처음부터 읽기
가 나타났다.
직접 눌러봤다.
001일 차 글이 열렸다.
‘됐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1일 차를 찾기 위해 예전 글을 계속 뒤질 필요는 없어졌다.
작은 변화지만 내 블로그에 처음으로 독자를 위한 길 하나를 만든 셈이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는 숨어 있었다
PC에서는 잘 보였다.
그런데 휴대폰으로 블로그를 열어보니 블로그 이름 옆에 세 줄짜리 메뉴가 있었다.
그 버튼을 눌러야
홈,
소개,
처음부터 읽기
가 나타났다.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또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온 사람이 굳이 저 세 줄을 눌러볼까?
블로그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저게 메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처음부터 읽기’는 내 블로그에서는 중요한 기능이다.
그렇다면 메뉴 안에 숨겨두기보다 휴대폰을 열었을 때 바로 보이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또 AI에게 물었다.
작은 버튼 하나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여기서부터 일이 길어졌다.
워드프레스 메뉴 설정에 들어가 보고,
GeneratePress의 사용자 정의 화면도 찾아보고,
레이아웃, 헤더, 기본 내비게이션도 살펴보고,
위젯에도 들어가 봤다.
중간에는 방향을 잘못 잡아 필요하지 않은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하기도 했다.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세 줄 메뉴 안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 줄을 누르지 않아도 ‘처음부터 읽기’가 보여야 했다.
잘못 추가한 것은 다시 지웠다.
결국 설정만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어려워 이미 설치되어 있던 WPCode까지 사용하게 됐다.
AI가 알려주는 코드를 넣고, 한 번 수정하고, 저장하고, 활성화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됐다.
이제 세 줄 메뉴를 누르지 않아도 ‘처음부터 읽기’가 바로 보였다.
누르면 001일 차로 이동했다.
버튼 하나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래도 오늘은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편한 것을 하나 발견했고, 실제로 하나를 고쳤다.
그런데 1일 차를 다 읽고 나니 또 이상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 이번에는 내가 독자가 되어 001일 차를 읽어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맨 아래에 ‘최근 글’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최신 글부터 과거 글까지 역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순간 웃음이 났다.
1일 차부터 읽으라고 입구는 만들어놓고, 1일 차를 다 읽은 사람에게는 다시 최근 글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내 블로그처럼 하루하루 이어지는 기록이라면 001일 차 다음에는 002일 차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002일 차를 읽으면 003일 차로,
003일 차를 읽으면 004일 차로.
책장을 넘기듯 계속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62일 동안 쌓인 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체 목차도 있으면 좋겠다.
이것도 다음에 고쳐보기로 했다.
그러다 첫 화면까지 다시 보게 됐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블로그를 열었을 때 처음 보이는 화면은 꼭 최근 글이어야 할까?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블로그니까 최신 글이 먼저 나오는 게 맞다고.
하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블로그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먼저 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과정을 따라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오늘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만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첫 화면에서 아예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처음부터 읽기
최신 글 보기
전체 여정 보기
처음 방문한 사람이 블로그를 열자마자
‘아, 이런 블로그구나.’
하고 이해하고, 자기가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직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홈페이지 자체도 내가 보여주고 싶은 화면이 아니라 독자가 보고 싶은 화면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독자는 글만 읽고 떠나는 사람일까?
생각은 여기서 또 이어졌다.
지금 내 블로그에서는 글을 읽는 것과 내가 글을 쓰는 것이 거의 일방 통행이다.
그런데 독자가 글을 읽고
‘나도 그래.’
‘재미있네.’
‘계속 해보세요.’
라고 생각한다면?
꼭 긴 댓글을 쓰지 않아도 👍 하나, ❤️ 하나 정도로 쉽게 반응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댓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휴대폰에서도 어렵지 않게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것은 거의 전부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오늘 처음으로
사람이 내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읽기 편한 블로그는 좋은 글만으로 될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글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읽히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시작점이 보여야 한다.
한 편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는 다음 편으로 가는 길이 보여야 한다.
전체 과정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목차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을 읽고 무언가 느낀 사람에게는 쉽게 반응할 방법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들어온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블로그는 글을 쌓아놓는 창고가 아니었다.
사람이 들어와서 글을 발견하고, 읽고, 다음 글로 이동하고, 때로는 반응을 남기는 공간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글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구글이 좋아하는 블로그를 만들기 전에, 사람이 읽기 편한 블로그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062일 차.
오늘은 글 한 편을 더 쓴 날이 아니다.
내 블로그를 처음으로 독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날에 더 가깝다.
‘처음부터 읽기’를 만들었다.
직접 눌러봤다.
그러자 다음 글로 가는 길이 불편하다는 것이 보였다.
그걸 생각하다 보니 전체 목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첫 화면도 꼭 최신 글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독자가 쉽게 반응할 방법도 생각하게 됐다.
하나를 고치니 또 하나가 보였다.
아마 블로그를 만든다는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쓰고, 보여주고, 직접 사용해보고, 불편한 것을 하나씩 고쳐가는 것.
오늘은 그중 하나를 실제로 바꿨다.
내일은 그다음 길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