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족에게 블로그를 들켰다 – 061일 차

어제 아들 내외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AI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ChatGPT 이야기가 나왔고, 무료 버전은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나는 돈을 내고 쓰니까 그런 제약은 별로 없어.”

그러자 며느리가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아버님은 유튜브도 혼자 돈 내고 보시고, ChatGPT도 혼자 돈 내고 쓰세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유튜브도 유료.

ChatGPT도 유료.

가족 중에서 나 혼자 이것저것 돈을 내며 사용하고 있었다.

며느리는 그런 내가 재미있는지 옆에서 큭큭 웃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ChatGPT를 그냥 심심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AI에게 질문하고, 글을 쓰고, 모르는 것을 하나씩 배우면서 계속 해오고 있는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말해 버렸다.

“사실은 내가 요즘 블로그를 하나 만들고 있어.”

말하고 나니 조금 이상했다.

누가 숨기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치 비밀을 고백한 기분이었다.

60일 넘게 혼자 하던 일을 처음 말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가족에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직 보여줄 만한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블로그로 돈을 번 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 글을 쓰고, 모르는 것을 AI에게 물어보고,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아내와 아들은 “대단하시네요?”라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블로그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글을 읽어보고 댓글도 달아주겠다고 했다.

반가우면서도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잠깐, 아직 애드센스 승인도 안 났는데 블로그 주소를 알려줘도 되는 건가?’

그리고 또 하나.

‘가족들이 댓글을 달아주면 애드센스 승인에 도움이 되는 걸까?’

결국 오늘 또 AI에게 물어봤다.

블로그를 가족에게 공개하고 주소를 알려줘도 될까?

AI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내가 조금 엉뚱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전이라고 해서 가족에게 블로그를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 내 글이 궁금해서 찾아와 읽는 것도 문제가 될 이유가 없었다.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남기는 것이라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댓글이 많다고 애드센스 승인이 잘되는 것은 아니었다.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가족에게 일부러 댓글을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광고가 붙는다면 더 조심해야 할 것도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광고를 눌러달라고 부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내가 필요한 것은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만들어낸 방문자가 아니라,

정말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처음 생긴 독자는 가족이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어제 저녁의 일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방문자 숫자를 확인했다.

검색 노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확인했다.

애드센스 승인은 언제 날지 기다렸고,

블로그로 정말 돈을 벌 수 있을지도 계속 궁금해했다.

그런데 정작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말하지 않았다.

아직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잘 만들어 놓고,

애드센스 승인도 받고,

뭔가 작은 결과라도 나온 다음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는 얼떨결에 말해 버렸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다.

“주소 알려주세요. 한번 들어가 볼게요.”

아직 애드센스 승인은 나지 않았다.

블로그로 번 돈도 여전히 0원이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방문자 숫자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숫자가 아니라,

내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블로그를 시작하고 처음 얻은 것은 돈이 아니라 독자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알려줘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나니 또 다른 마음이 생긴다.

60일 넘게 혼자 쓰고 고치면서 만든 블로그를 가족이 직접 읽는다고 생각하니 괜히 쑥스럽다.

오늘 저녁, 정말 블로그 주소를 알려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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