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오래 살면 영어는 저절로 늘까?
아마 미국 이민을 생각하거나 이미 미국에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질문일 것이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부터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닐 때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고,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미군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비교적 편안했다. 이후 무역 업무를 하면서 약 20년 동안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영어로 상담할 기회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보니 이야기가 달랐다.
미국 사람들이 빠르게 툭툭 던지는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면서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영어가 어려운 이유를 처음 느꼈던 시절
UPS Store 프랜차이즈 승인을 받고 실제 매장에서 실무교육을 받을 때였다.
나와 함께 교육받던 미국인이 있었는데, 기억으로는 해군에서 복무하고 은퇴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가게도 아닌데 찾아오는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님이 무슨 말을 하든 바로 대답하고, 때로는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을까?’
당시에는 물건을 포장하는 일도 서툴렀지만, 손님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일이 더 부담스러웠다.
교육을 받으러 오가는 차 안에서는 평소 듣지도 않던 영어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계속 듣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직원들에게 영어를 배웠다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 영어로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이 일곱여덟 명 있었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그러다가 직접 손님을 상대하다가 말이 막히면 슬쩍 직원에게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지켜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표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Thank you!”에 대한 대답이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누군가 “Thank you!”라고 하면 “You’re welcome!”이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배웠다. 적어도 내가 배운 영어에서는 그 대답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원들은 “Sure!”, “Of course!”, “No problem!”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대답이지?’ 싶었다.
나중에는 나도 한번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손님이 “Thank you!”라고 하면 여전히 입에서는 익숙한 “You’re welcome!”이 먼저 나왔다.
새로운 표현이 자연스럽게 입에 붙기까지는 몇 달이나 걸렸다.
생각해 보면 영어 표현을 알아듣는 것과 실제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익숙해진 영어, 여전히 어려운 영어
시간이 흐르면서 UPS Store에서 손님들과 대화하는 일은 훨씬 편해졌다.
무역 업무에서 그랬듯이 매장에서 오가는 대화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과 상황이 반복되었다. 익숙해지니 손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또 미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미,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배경의 손님들이 찾아왔고, 영어가 서툰 손님에게는 오히려 내가 차분하게 설명하며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도 식당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패스트푸드점이나 미국 식당에서 종업원이 메뉴를 빠르게 설명하거나 주문을 받을 때면 세세한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화 통화도 그렇고, 드라마나 뉴스에서 나오는 영어도 그렇다. 정치나 외교 분야에서 사용하는 복잡한 표현을 접할 때면 아직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낀다.
말하기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이나 법원, 마트에서 필요한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을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처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영어가 부족해도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주변에는 내 영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내를 비롯해 나 정도만 영어를 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도 ESL 수업을 들으며 영어를 배우는 분들이 있고, 영어 때문에 취업이나 사업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의 고민을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영어가 부족하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의 폭이 좁아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 경험을 돌아보면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UPS Store를 시작할 때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 손님을 응대한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배우고, 막히면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해나갔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표현도 반복해서 듣고 직접 사용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Sure!”라는 짧은 대답 하나가 입에 붙는 데도 몇 달이 걸렸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나처럼 도움을 청할 직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직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영어 공부를 충분히 마친 뒤에야 모든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날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영어가 부족해서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알아듣지 못했던 표현을 확인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직접 한번 사용해 보는 것이다.
나 역시 직원들이 쓰던 표현을 듣고 바로 따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 달이 걸려서야 입에 붙은 말도 있었다.
미국에 오래 산다고 영어가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미국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나에게는 익숙한 영어와 여전히 낯선 영어가 있다. 그 차이를 조금씩 줄여가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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