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그냥 못 넘긴다, 나 AI에 중독된 걸까? — 070일 차

요즘 나에게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궁금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도 궁금한 것은 많았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어떤 것이 궁금해질 때도 있었고, TV를 보다가 처음 듣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그게 정말 그런가?” 싶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갔다.

“이따가 찾아봐야지.”

그리고 당연히 잊어버렸다.

그 정도 궁금증은 굳이 하던 일을 멈추고 컴퓨터를 켜서 검색할 만큼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ChatGPT를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밥을 먹다가도 궁금하면 묻는다.

별것 아닌 것도 묻는다.

답을 읽다가 또 궁금한 게 생기면 다시 묻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 AI에 중독된 건가?

검색할 때와는 뭔가 다르다

Google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예전에도 검색하면 됐다.

그런데 검색은 약간의 마음먹기가 필요했다.

검색어를 생각해서 입력하고, 결과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사이트를 열고, 광고를 지나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 이해가 안 되면 다른 글을 다시 찾아야 한다.

별것 아닌 궁금증이라면 그 과정까지 가기 전에 그냥 넘어갔다.

AI는 다르다.

“이게 뭐야?”

그냥 그렇게 물으면 된다.

답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다시 물으면 된다.

그러니 질문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낮아졌다.

돈의 비용이 아니라 수고의 비용 말이다.

그 결과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사소한 궁금증까지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질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이 그랬다.

처음부터 몇 시간 동안 컴퓨터 설정을 붙잡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ChatGPT 데스크톱 앱을 설치하면 웹에서 사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설치해보았다.

그러다 WordPress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게 가능해?”

또 궁금해졌다.

그다음에는 MCP라는 처음 보는 것이 나왔다.

MCP가 뭔지 물어봤다.

설정을 따라가다 보니 WordPress 사용자 이름을 확인해야 했고, application password도 만들었다. ChatGPT 앱 설정을 열어 환경변수라는 곳에 값도 입력했다.

연결이 된 것 같아서 확인했더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설정으로 갔다.

확인했다.

또 해봤다.

그러다 결국 말했다.

“너무 오래 이걸 붙잡고 있느라 다른 일을 전혀 하지 못했어. 나중에 다시 해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MCP를 공부하겠다는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궁금해서 하나 물어봤을 뿐이었다.

AI는 시간을 아껴주기도 하고 빼앗아가기도 한다

AI를 사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도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

모르는 것을 찾는 시간은 분명히 줄었다. 예전 같으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아야 했을 것을 몇 번의 질문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을 그렇게 많이 아끼는데도 때로는 AI를 사용하기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무언가를 알아보는 데 쓰고 있다.

왜일까?

내 경우에는 답이 조금 보인다.

알아내는 데 드는 수고가 줄어드니 알아보는 것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궁금증 열 개가 생겨도 정말 필요한 한두 개만 찾아봤다면, 지금은 열 개를 거의 다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AI의 답은 때때로 열한 번째 질문을 만든다.

그 질문의 답은 열두 번째 질문을 만들고.

오늘처럼 잘못 걸리면 MCP까지 간다. 😂

그렇다면 이건 좋은 습관일까, 나쁜 습관일까?

아직 모르겠다.

궁금한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예전보다 새로운 것을 훨씬 많이 알게 되었고, 모르기 때문에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것도 해보게 됐다.

하지만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궁금하다는 것과 지금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오늘 내가 배운 것은 MCP가 무엇인지보다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가끔은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

“이게 궁금한가?”가 아니라
“이걸 지금 알아야 하나?”

밥 먹다가 생긴 궁금증까지 바로 AI에게 묻는 요즘의 나에게는 꽤 필요한 질문인 것 같다.

그래도 아마 내일 밥을 먹다가 또 뭔가 궁금해지면 ChatGPT를 열 것 같다.

그때 한 번만 생각해봐야겠다.

지금 꼭 알아야 하나?

…물론 정말 궁금하면 물어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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