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자리 찾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미국에 처음 정착한 사람뿐 아니라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쌓은 경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나이가 있어도 취업할 수 있을지, 영문 이력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한인에게는 채용공고를 읽고 지원서를 작성하는 과정부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영어가 충분히 좋아질 때까지 구직 활동을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의 채용공고를 살펴볼 수도 있고,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취업 상담이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뉴저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뉴저지의 채용 정보와 취업지원 서비스를 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하려고 한다. 다른 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으므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정보를 찾아보면 된다.
1. 공무원 일자리도 알아볼 만하다
얼마 전 나이가 있는 한 지인에게서 미국 공무원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은퇴연금과 복리후생이 괜찮은 경우가 있고, 일반 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인 직종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모든 공무원 일자리가 같은 조건은 아니다. 연금이나 복리후생도 소속 기관과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생각해 보면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두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기관에도 시설 관리, 창고 관리, 운전, 기술직, 회계, 전산, 고객 서비스 등 여러 분야의 일자리가 있다.
실제로 나도 얼마 전 한 미군부대의 창고 관리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접수한 적이 있다. 그 과정은 76일 차 글에서 소개했다.
지원 결과와는 별개로,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의 채용공고를 직접 찾아보고 지원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연방정부의 채용공고는 USAJOB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방정부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요구한다. 다만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자리라고 해서 모두 같은 신분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개별 공고의 고용 형태와 지원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뉴저지주 공무원 채용 정보는 New Jersey Civil Service Commiss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정부나 지방정부의 일부 일자리는 영주권자에게도 지원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시민권 요건은 기관과 직무에 따라 다르며, 경찰이나 소방 등 일부 직종에는 별도의 연령이나 신체 조건이 적용될 수 있다.
공무원 채용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이 때문에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경력과 자격에 맞는 공고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2. 일반 기업의 일자리는 어디서 찾을까?
미국에서 일반 기업의 채용공고를 찾을 때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로는 Indeed, LinkedIn Jobs, ZipRecruiter 등이 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거주 지역과 직무, 급여, 근무 형태 등을 기준으로 일자리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한인 구직자에게는 어떤 영어 직무명을 검색해야 할지부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했다면 Import/Export Coordinator, Logistics Coordinator, Shipping Coordinator 같은 직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거나 관리한 경험이 있다면 Store Manager, Operations Supervisor, Customer Service Supervisor, Office Manager 등도 살펴볼 만하다.
물론 직무명이 비슷하다고 실제 업무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채용공고에 적힌 담당 업무와 자격 조건을 읽어보고 자신이 해온 일과 얼마나 연결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영어로 된 채용공고가 부담스럽다면 번역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지원 자격이나 근무 조건처럼 중요한 내용은 원문과 대조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채용 사이트에서 관심 있는 공고를 발견했다면 해당 회사의 공식 채용 페이지에도 같은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원을 위해 먼저 돈을 내라고 하거나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채용 제안은 주의해야 한다.
3. 영문 이력서는 어떻게 준비할까?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면 영문 이력서, 즉 Resume가 필요하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려운 영어 표현을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일을 해왔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한 사람이라면 이력서에 단순히 Business Owner라고만 적는 것보다 실제 담당했던 업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편이 좋다.
직원 일정 관리, 고객 응대, 재고 및 물품 주문, 매출과 비용 관리 등이 그런 업무에 해당한다.
이런 경험은 매장 운영뿐 아니라 물류, 고객 서비스, 사무 관리 등의 직종과도 연결될 수 있다.
한국에서 쌓은 경력도 마찬가지다. 미국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고 해서 자신의 경력 전체를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실제로 수행했던 업무를 미국 채용공고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바꾸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력서는 한 번 만들어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제출하기보다 지원하는 직무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는 편이 낫다.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몇 군데에 지원했는지가 성공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닐 것이다.
지원한 회사와 날짜, 직무, 결과를 기록해 두면 구직 활동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4. 영어가 부족해도 무료 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미국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취업지원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영어가 부족해서 이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한인도 있을 것이다.
미국 노동부가 지원하는 CareerOneStop에서는 구직 정보와 직업 탐색,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ZIP Code를 입력하면 가까운 American Job Center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뉴저지에는 NJ Career Services와 One-Stop Career Center가 있다. 취업 상담, 이력서 준비, 구직 활동, 직업훈련 등에 관한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다.
내가 거주하는 버겐카운티에서는 다음 센터를 알아볼 수 있다.
Bergen One-Stop Career Center
주소: 60 State Street, 2nd Floor, Hackensack, NJ 07601
전화: (201) 343-8830
방문 전에는 운영시간과 상담 예약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한인 구직자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이 있다.
영어가 부족하더라도 한국어 통역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저지 노동부에는 영어 사용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언어 지원 정책이 있다. 취업 상담을 받을 때 한국어 통역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요청해 볼 수 있다.
영어로는 다음과 같이 문의할 수 있다.
“I would like to receive job counseling, but my English is limited. Could you arrange a Korean interpreter for me?”
취업 상담을 받고 싶은데 영어가 부족하니 한국어 통역을 준비해 줄 수 있는지 묻는 표현이다.
언어 지원에 관한 문의는 LanguageAccess@dol.nj.gov로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언제나 센터에 상주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역이 가능한 방식과 일정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런 언어 지원은 정부 취업지원 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일반 기업의 채용 면접에서 한국어 통역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업 상담을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만큼은 알아둘 만하다.
5. 나이가 있거나 새로운 분야로 옮기려는 경우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오랫동안 한 직종에서 일했거나 자영업을 해온 사람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경력이 반드시 같은 직종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직원을 관리한 경험, 고객을 응대한 경험, 물품을 주문하고 재고를 관리한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Occupational Outlook Handbook에서는 직종별 업무 내용과 필요한 교육, 임금 수준, 고용 전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뉴저지에는 일정한 자격을 충족하는 고령 구직자를 위한 Workforce 55+ 프로그램도 있다. 연령뿐 아니라 소득과 고용 상태 등 별도의 지원 조건이 적용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면 Apprenticeship.gov에서 유급 견습 프로그램도 알아볼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누구에게나 적합한 것은 아니겠지만, 기존 경력만으로 취업이 어렵다면 이런 선택지도 살펴볼 만하다.
6. 정규직을 찾는 동안 수입이 필요하다면
취업 준비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생활비는 계속 나가는데 원하는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구직 활동을 이어가면서 단기적인 수입을 얻을 방법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배달, 운전, 매장 근무, 창고 업무, 임시 사무직 등이 상황에 따라 가능한 선택지다.
다만 배달이나 운전 업무는 기름값, 차량 유지비, 보험료, 세금 등을 고려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수입이 모두 실제 소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단기 일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구직 활동을 계속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배달이나 육체노동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쌓아온 경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먼저 살펴보고, 당장 수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려하는 편이 낫다.
7. 미국에서 일자리 찾는 방법,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방법을 한꺼번에 알아보려고 하면 오히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을 정리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직장 경력뿐 아니라 자영업을 하면서 맡았던 업무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 경험과 연결되는 영어 직무명을 몇 개 찾아보고, 실제 채용공고에는 어떤 자격과 업무가 적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정부기관의 일자리에도 관심이 있다면 연방정부나 거주하는 주의 공무원 채용 사이트를 살펴볼 수 있다.
영문 이력서 준비가 어렵거나 영어 때문에 상담을 망설이고 있다면 가까운 취업지원센터에 문의해 볼 수도 있다. 필요한 경우 한국어 통역을 요청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볼 만하다.
나이도 생각해야 하고, 영어도 걱정되고, 그동안의 경력이 얼마나 인정받을지도 알 수 없다. 미국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그렇지만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지금 가진 경력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모르는 것은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씩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나이가 젊지 않아도, 일자리를 찾아볼 자격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이 글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일반적인 정보다. 채용 자격, 시민권·영주권 요건, 프로그램 지원 조건과 운영 방식은 기관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원 전 공식 사이트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