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미국 연금보험 Annuity에 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은퇴 후 일정한 소득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평생 받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솔깃하면서도 궁금했다.
Annuity는 정확히 무엇일까?
Social Security나 401(k)처럼 은퇴 후에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기는 한데,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평생 소득을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신문기사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찾아보기로 했다.
미국 연금보험 Annuity는 어떤 상품일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운영하는 Investor.gov의 설명부터 찾아봤다.
Annuity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보험회사 사이의 계약이다.
내가 보험회사에 목돈을 한 번에 넣거나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하고, 보험회사는 계약 조건에 따라 즉시 또는 미래의 어느 시점부터 정기적인 소득을 지급한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히 ‘노후를 위해 돈을 모아두는 상품’이라기보다 모아둔 돈을 은퇴 후의 소득으로 바꾸는 방법 중 하나로 이해하는 편이 쉬웠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지는 알 수 없다.
은퇴 후 10년을 살 수도 있고, 20년 또는 30년 이상을 살 수도 있다.
Investor.gov에서도 사람들이 Annuity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은퇴 후 소득 관리를 설명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또는 본인이나 배우자의 평생에 걸쳐 정기적인 소득을 받는 형태도 가능하다.
신문에서 왜 오래 사는 데 따른 재정적 위험과 연금보험을 함께 이야기했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Immediate와 Deferred, 언제 돈을 받느냐가 다르다
알아보니 Annuity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은 아니었다.
우선 돈을 언제 받기 시작하느냐에 따라 Immediate Annuity와 Deferred Annuity로 나눌 수 있다.
Immediate Annuity는 별도의 긴 적립기간 없이 구입한 뒤 비교적 빨리 소득 지급이 시작되는 형태다. Investor.gov에서는 일반적으로 구입 후 1년 이내에 지급이 시작되는 형태로 설명한다.
반면 Deferred Annuity는 돈을 넣은 뒤 일정 기간 적립하고 미래에 소득을 받는다.
돈을 쌓아가는 기간을 accumulation phase, 실제 소득을 받기 시작하는 기간을 payout phase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다.
그런데 Deferred Annuity 안으로 들어가니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졌다.
Fixed, Indexed, Variable… 같은 Annuity가 아니었다
Investor.gov에서는 Deferred Annuity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구분하고 있었다.
Fixed Annuity는 보험회사가 계약에 따라 정해진 최소 이자율 등을 보장하는 형태다.
Fixed Indexed Annuity는 S&P 500 같은 특정 시장지수의 움직임과 연계해 이자를 계산하지만, 지수 자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니며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받는 구조도 아니다.
Registered Index-Linked Annuity(RILA) 역시 지수와 연계되지만 손실 가능성이 있다.
Variable Annuity는 선택한 투자 옵션의 성과에 따라 계약 가치가 변하고, 투자 성과가 좋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여기서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라졌다.
‘연금보험’이라고 하니 안전하게 돈을 맡겨두고 나중에 매달 받는 상품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어떤 종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방법도 다르고 위험도 달랐다.
Annuity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다.
미국 연금보험 Annuity의 장점과 단점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을 정리해 보니 Annuity에도 분명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다만 아래 내용은 모든 Annuity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종류와 계약 조건에 따라 평생 소득 지급 여부도 다르고, 비용이나 손실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장점
- 은퇴 후 소득 마련: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또는 평생 정기적인 소득을 받을 수 있다.
-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 대비: 평생 지급 조건을 선택하면 예상보다 오래 살더라도 소득이 계속 지급될 수 있다.
- 다양한 선택지: 소득 지급 시기와 수익 구조 등을 자신의 목적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단점과 주의할 점
- 돈을 꺼내기 어려울 수 있다: 계약에 따라 중도 인출이나 해지 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 상품 구조와 비용이 복잡하다: 수수료, 수익 계산 방식, 보장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
- 모든 상품이 원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투자 성과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상품은 손실 가능성이 있다.
- 보험회사의 지급능력도 중요하다: 계약상 보장은 해당 보험회사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고 보니, Annuity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상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비용과 위험, 계약 조건을 충분히 이해한 뒤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평생 소득’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말은 역시 평생 소득이었다.
은퇴 후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가진 돈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라면, 평생 일정한 소득이 나온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그 말과 함께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Annuity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목적을 염두에 둔 상품이다.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안에 돈을 빼면 surrender charge라는 해지·인출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인출 시 세금이나 경우에 따라 세금상 추가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상품에 따라 각종 수수료와 비용도 다르다.
특히 Variable Annuity에는 계약 자체의 비용뿐 아니라 선택한 투자 옵션과 관련한 비용 등이 더해질 수 있고, 이런 비용은 결국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보험회사가 지급을 보장한다고 해도 그 약속은 해당 보험회사의 지급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평생 지급’이라는 말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하기로 한 계약인지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내 돈인데 필요할 때 꺼낼 수 있을까?
이 부분도 궁금했다.
Annuity에 돈을 넣었다고 해서 은행의 예금처럼 언제든 아무 조건 없이 꺼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됐다.
상품과 계약에 따라 인출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고, 앞에서 본 것처럼 일정 기간에는 surrender charge가 적용될 수도 있다.
특히 은퇴 후 생활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내 돈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조건이 될 것 같다.
평생 소득을 얻는 대신 무엇이 제한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Annuity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NAIC(전미보험감독관협회)의 소비자 자료도 찾아봤다.
흥미로웠던 건 특정 Annuity를 추천하기보다 계약하기 전에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질문들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이 상품이 내 장기적인 재정 목표와 맞는지.
비용과 수수료를 이해하고 있는지.
중간에 돈을 꺼낼 경우 어떤 제한이나 surrender charge가 있는지.
충분히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지.
Investor.gov 역시 어떤 종류의 Annuity인지, 수익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어떤 비용이 있는지, 돈을 얼마나 오래 넣어둘 것인지 등을 계약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런 질문이었다.
“Annuity는 은퇴 준비에 좋은 상품일까?”
그런데 조금 찾아보고 나니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
“어떤 Annuity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조건으로 이용하는가?”
오히려 이쪽이 더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신문기사 한 편에서 시작했지만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다 관심 있게 읽은 신문기사였다.
처음에는 ‘평생 소득’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직접 조금 더 찾아보니 미국 연금보험 Annuity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여러 형태가 있었고, 평생 소득이라는 장점만큼이나 비용, 유동성, 투자위험, 계약조건과 보험회사의 지급능력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상품이었다.
그래서 아직 나에게 Annuity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글 역시 누군가에게 특정 Annuity가 적합한지를 판단하려는 글은 아니다.
다만 이제 누군가
“Annuity는 은퇴 후 평생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만 듣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평생 받을 수 있다는 말보다 먼저 궁금한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돈은 얼마나 오래 묶이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수익과 손실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필요할 때 돈을 꺼낼 수 있는지.
그리고 ‘보장’이라는 말에는 정확히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지.
신문기사 한 편을 읽으며 시작된 궁금증이었는데, 알아보고 나니 적어도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