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분, 때로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에는 꼭 합격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험이 끝나 버렸다.
타이어가 선을 밟았다는 것이다.
탈락!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놓고 정작 운전은 몇 분도 못 해본 채 돌아서야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운전면허 실기시험에서 무려 일곱 번이나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허탈했겠는가.
첫 번째 필기시험은 개인 사정으로 응시하지 못했고, 두 번째에는 바로 합격했다. 그러나 실기시험에서 계속 고배를 마셨다.
결국 아홉 번째 도전에서야 운전면허를 손에 넣었다.
흔히 말하는 8전 9기다.
그런데 요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 오래전 일이 문득 떠오른다. 이번에는 운전면허가 아니라 구글 애드센스 때문이다.
운동신경이 없었던 걸까, 긴장을 많이 했던 걸까
어릴 때부터 나는 스스로 운동신경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질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시 나는 이런 쪽에는 소질이 없나 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꼭 운동신경만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시험장에 가면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긴장이 쌓였고,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타이어가 선을 밟았다.
그렇게 또 탈락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나와 지금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어느 쪽이 맞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그때의 경험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한다.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운전면허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망스럽고 답답했지만, 다시 시험을 신청하고 또 도전했다.
그렇게 결국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네 번의 애드센스 거절, 이번에는 무엇이 문제일까
몇 달 전 시작한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답답함을 경험하고 있다.
구글 애드센스 승인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네 번이나 거절당했다.
거절 사유는 ‘가치가 낮은 콘텐츠(Low value content)’였다.
처음 그 말을 보았을 때는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막막했다.
나름대로 글을 쓰고, 내용을 고치고, 사이트를 점검했는데 돌아온 결과는 또 거절이었다.
네 번의 거절을 겪으며 무엇을 바꾸고 다섯 번째 심사를 신청했는지는 94일 차 글에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물론 애드센스 승인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대했던 목표 중 하나였던 만큼 실망스럽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실망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내게 서로 다른 문제다.
그래서 글을 다시 읽어보고,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살펴보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고쳐가며 재신청했다.
지금은 다섯 번째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운전면허시험에서는 잘못 밟은 선이 보였다
운전면허시험과 애드센스 심사는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운전면허시험에서는 적어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출발하자마자 타이어가 선을 밟았으니, 다음에는 그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연습하면 되었다.
물론 무엇을 잘못했는지 안다고 해서 바로 고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일곱 번이나 실기시험에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는 분명했다.
그런데 애드센스는 조금 다르다.
구글이 정책과 심사 기준을 안내하고 있지만, 내 블로그의 정확히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는 알기 어렵다.
‘가치가 낮은 콘텐츠’라는 거절 사유를 받아도 어느 글의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고치려고 해도 무엇이 정답인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시험에서는 잘못 밟은 선이 눈에 보였다. 애드센스에서는 그 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이번 도전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인내심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인내심이 아니라, 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아가는 인내심 말이다.
꾸준함은 내게 특별한 결심이 아니다
나는 원래 한 번 시작한 일을 묵묵히 이어가는 편이다.
그렇다고 매일 대단한 의욕이 넘치거나, 남들보다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내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블로그를 시작한 뒤 거의 100일이 되어 간다.
그동안 매일 글이 술술 써진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무엇을 쓸지 생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어떤 날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번 고쳐 써야 했다.
그렇지만 매번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오늘 쓸 글이 있으면 오늘 쓰고, 내일 쓸 글이 있으면 내일 쓴다.
운전면허시험에서도 그랬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준비하고, 또 떨어지면 다음 시험을 신청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한 태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단순함이 오랫동안 무언가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오래 한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꾸준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방법을 반복하면서 그저 오래 버티기만 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운전면허시험에서도 선을 밟지 않도록 연습해야 했다. 시험장에 계속 가는 것만으로는 합격할 수 없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글을 많이 썼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블로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는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내가 자주 돌아보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애드센스 심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정답을 알 수 없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점검과 개선은 계속해 나갈 수 있다.
꾸준함은 같은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애드센스까지 8전 9기는 사양하고 싶다
운전면허시험은 아홉 번째에 합격했으니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애드센스는 아직 진행 중이다.
다섯 번째 신청에서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될지,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질지 알 수 없다.
솔직히 이번에는 승인되었으면 좋겠다.
운전면허시험처럼 애드센스까지 8전 9기를 기록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정말 사양하고 싶다.
그렇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애드센스 승인은 중요한 목표 중 하나지만, 그 결과만으로 지금까지 쓴 글들의 가치가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웠고, 잊고 지냈던 기억을 꺼내 글로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글을 쓰는 시간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물론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니다.
100일 도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고, 다섯 번째 애드센스 심사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오늘의 글을 쓰고,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내일도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빠르게 성공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정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방법은 조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