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한지 이제 98일 차.
어릴 때 일기를 쓰는 일은 꽤 귀찮은 숙제였다.
하루하루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 숙제를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뭘 쓰라는 걸까?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일기장 앞에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다고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며칠씩 미루기라도 하면 더 큰일이었다.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려니 어느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특히 날씨가 문제였다. 사흘 전이 맑았는지 흐렸는지 어떻게 기억한단 말인가.
그렇게 애써 일기를 써 놓아도 정작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내 일기를 읽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선생님이 읽었고, 가끔은 엄마나 다른 가족이 읽기도 했다.
내가 쓰는 일기인데 읽는 사람은 따로 있다니.
어린 마음에는 그게 좀 이상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시 글을 쓰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나는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해 다시 글을 쓰고 있다.
그것도 거의 매일.
100일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다고 스스로 정했고, 어느새 98일 차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습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 시켜도 그렇게 쓰기 싫었던 글을, 지금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매일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글쓰기가 좋아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은퇴 후에도 꾸준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 그나마 내가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글쓰기였다.
사실 그때만 해도 블로그가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잘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보다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쓸 이야기가 없던 때와 잊어버릴까 걱정하는 지금
어릴 때는 일기장에 쓸 이야기가 없어서 고민했다.
지금은 가끔 떠오르는 이야기를 잊어버릴까 봐 걱정한다.
살아온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문득 생각나는 옛날 일도 있고, 지금 겪고 있는 일도 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관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마다 바로 글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써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정작 시간이 생기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며칠 뒤 엉뚱한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무언가 생각나면 그때그때 AI에게 말을 건다.
AI와 대화하다 보면 이야기가 남는다
꼭 처음부터 블로그 글을 쓰려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 경험을 꺼내 놓기도 하고, 지금 마음에 걸리는 일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직 내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시작할 때도 있다.
그러면 AI가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다른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대화가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 다른 일을 하다가 시간이 나면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AI가 메모장이나 일기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혼자 생각할 때는 그냥 지나쳤을 이야기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물론 AI가 언제나 옳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어제도 이미 공개한 96일 차와 97일 차 글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가, AI가 실제 글에 없는 문제를 지적하는 일이 있었다.
원문을 다시 보여주며 하나씩 따져 보니 AI도 자신의 평가를 고쳐야 했다.
그런 과정마저 흥미로웠다.
AI가 내 생각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꺼내 놓고 함께 검토할 상대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무엇을 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나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AI가 대신 살아준 것은 아니니까.
돈을 벌려고 시작했는데 글쓰기가 재미있어졌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수입이 목적이었다.
은퇴 후 어렵지 않게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블로그로 돈을 버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글을 쓴다고 바로 방문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광고를 달겠다고 신청한다고 곧바로 승인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고쳐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쓰기는 점점 재미있어졌다.
과거의 기억을 꺼내 AI와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의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볼지 상상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그렇게 대화하다가 한 편의 글이 만들어지면, 내가 살아온 시간의 작은 조각 하나를 제자리에 놓아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창한 행복은 아니다.
그저 하루 중 잠깐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를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즐거움이다.
요즘 말로 하면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글쓰기였는데,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의 일기와 지금의 블로그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묘한 일이다.
어릴 때는 쓸 이야기가 없어서 고민했다.
지금은 떠오른 이야기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기록한다.
어릴 때는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고생했다.
지금은 생각이 떠오를 때 AI와 대화해 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 다시 이어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따로 있다.
어릴 때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 아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읽었고, 때로는 가족도 읽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누군가 읽을 수 있도록 인터넷에 글을 공개한다.
그런데 정작 누가 읽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어릴 때는 보여주려고 쓴 글도 아닌데 누군가 읽었고, 지금은 누군가 읽어 주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그렇다고 지금 쓰는 글이 어린 시절의 일기보다 더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쓰기도 하고, 별것 아닌 생각을 길게 풀어놓기도 한다.
다만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누군가 읽어 준다면 더 좋겠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서 쓴다
사실 오늘의 글도 AI와 대화하다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내 대답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세상이 아니라,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두고 나중에 다시 꺼내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나의 습관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어린 시절 일기 생각이 났고, 결국 오늘의 글이 만들어졌다.
쓸 이야기가 없어 고민하던 일기.
며칠 밀리면 날씨부터 기억해 내야 했던 일기.
내가 썼지만 선생님이나 가족이 읽던 일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왜 지금 글쓰기를 즐기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 시켜도 쓰기 싫었던 일기를, 지금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매일 쓰고 있다.
처음부터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은퇴 후 꾸준한 수입을 얻어보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수입이라는 처음의 목표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블로그로 돈을 버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소득이 하나 생겼다.
돈을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블로그에서, 돈보다 먼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 보라고 일기를 쓰는지 몰랐다.
지금은 누구 보라고 떳떳하게 글을 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