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일자리 찾기, 내가 해온 일을 이력서로 다시 정리하다 – 076일 차

은퇴 후 일자리 찾기에 대한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단순히 일자리를 구한다는 의미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둔 뒤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더 가깝다.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그만두고 나면 무엇을 할지, 그리고 그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생각한다고 당장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오늘은 그 생각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ChatGPT와 함께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자리를 실제로 찾아봤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과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살펴보다가 McGuire 공군기지의 Accounting Clerk 채용공고를 찾아냈다.

공고를 읽어보니 전혀 낯선 일만은 아니었다.

나는 회계 전문가도 아니고 회계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QuickBooks로 장부를 확인하고, 수입과 비용을 분류하고, 인보이스와 급여를 처리하고, 월말에 기록을 정리하는 일은 계속 해왔다.

예전 직장생활에서도 해외 지사를 관리하면서 회계와 행정, 본사 보고 등의 업무를 경험했다.

하나씩 따져보니 공고에서 요구하는 일과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 사이에 연결되는 부분이 제법 있었다.

그렇다면 한번 지원해 보자.

지원하기로 하고 나니 이력서를 준비해야 했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당연해진다. 매일 장부를 들여다보고, 잘못 분류된 거래를 고치고, 비용을 정리하고, 급여를 처리하는 것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이력서를 쓰려고 하니 그 일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내가 실제로 해온 일을 ChatGPT에게 하나씩 설명하고, 그 가운데 이번 Accounting Clerk 업무와 연결되는 경험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봤다.

표현이 너무 나간 것은 다시 고치고,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문장은 빼고, 반대로 내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이력서에 제대로 드러나도록 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보니 QuickBooks, General Ledger Review, Invoice Processing, Payroll Processing, Month-End Accounting 같은 말들이 이력서에 하나씩 자리 잡았다.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이미 가지고 있던 경력을 다시 들여다본 것이었다.

은퇴 후 일자리 찾기, 사업 운영 경험을 이력서에 어떻게 옮겼을까?

이번에 이력서를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은 사업을 운영한 경험도 지원하는 직무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Accounting Clerk라는 직책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채용공고를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해왔던 일들을 하나씩 비교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실제로 해온 업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사업을 하면서 해온 일이력서에서 사용한 표현
QuickBooks로 장부를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정리한 일QuickBooks, General Ledger Review
수입과 비용을 분류하고 기록한 일Transaction Categorization
인보이스를 확인하고 처리한 일Invoice Processing
직원 급여를 처리한 일Payroll Processing
월말에 회계 기록을 정리한 일Month-End Accounting

이력서를 작성할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쓰지 않는 것이었다.

AI가 더 전문적으로 보이는 표현을 제안하더라도 내 경험과 다르면 고쳤다. 반대로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빠뜨렸던 업무는 다시 넣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새로운 자격이나 경력을 만들어야만 다른 직업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해온 일 가운데 지원하려는 직무와 연결되는 경험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력서를 잘 정리했다고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채용 조건에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막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채용공고와 내 경험을 비교해 보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력서 한 장을 만드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용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한 페이지에 너무 빽빽하게 들어가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래쪽에는 공간이 많이 남는데 글이 위에 몰려 있는 것도 싫었다.

몇 번을 다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답답한데?”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던 것 같다.

조금 고치고 다시 보고, 또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이력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혼자 인터넷을 뒤지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했을 텐데, 이제는 AI와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자리에서 다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새삼 재미있었다.

물론 ChatGPT가 대신 취직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해왔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나이고, 과장된 표현을 빼달라고 하는 것도 나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력서를 다시 고치라고 하는 것도 나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원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결국 나다.

그런데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고 실제로 지원까지 해보면 늘 마음 한구석에 따라오는 생각이 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업무를 해낼 수 있느냐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시 누군가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퇴근하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루에 몇 시간, 일주일에 며칠을 꼬박 정해진 일정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괜찮을까.

오랫동안 내 일을 해오면서 적어도 내 시간만큼은 어느 정도 내가 조절하며 살아왔다.

물론 가게에 매여 있는 시간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직장에 소속되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보면서 내가 근무시간과 근무일수를 자꾸 들여다보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일은 하고 싶다.

그렇다고 다시 일이 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급여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에 하는 파트타임이라면 용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급여가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니다.

그런데 막상 시급이 적혀 있는 공고들을 비교하다 보면 또 마음이 달라진다.

같은 시간을 일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해놓고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에 눈이 가고, 일을 하고 싶다고 해놓고 일주일에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본다.

일자리를 찾으면서도 내 자유로운 시간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내가 해온 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새로운 직장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고, 새로운 방식이 있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라면 ‘배우면 되지’ 하고 별생각 없이 뛰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먼저 생각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시작했다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굳이 이 나이에 다시 이런 생활을 해야 할까?

오늘 이력서를 만들면서 내가 해온 일을 다시 들여다본 것은 그래서 조금 다른 의미가 있었다.

QuickBooks를 사용하고, 장부를 확인하고, 비용을 분류하고, 급여를 처리하고, 숫자가 맞지 않으면 다시 들여다보는 일.

평소에는 그냥 내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력서 안에서는 하나의 경력이 되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적어도 한 가지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직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전보다 조금 다르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있기는 있는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를 받고 싶은지.

일주일에 며칠 정도가 좋은지.

하루 몇 시간까지라면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시간을 얼마나 남겨두고 싶은지.

아직 답은 없다.

오늘 지원한 Accounting Clerk 자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아무 연락 없이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생각만 하던 일자리 하나를 실제로 찾아보고, 내가 살아온 시간을 이력서 한 장에 다시 정리해서 지원까지 해봤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게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것.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것.

오늘은 그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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