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를 왜 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니카라구아에 다녀왔다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니카라구아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사실 나는 그동안 선교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분들을 볼 때면, 도대체 어떤 부르심과 사명이 있기에 편안한 삶을 뒤로하고 낯선 곳에서 그토록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단기선교’에 대해서는 더 회의적이었다.

현지 사정도, 언어도, 문화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며칠 다녀와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하는 일이 그곳 사람들에게 정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변에서 단기선교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솔직히 그 의미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올해 니카라구아 단기선교에 따라나서게 되었다.

단기선교에 회의적이었던 내가 떠나게 된 이유

계기는 아내였다.

지난해 먼저 니카라구아 선교를 다녀온 아내가 많은 은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그래?’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일이 결국 나까지 니카라구아로 향하게 했다.

선교여행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1년 동안 VBS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공연을 연습하고, 우리가 현지에서 해야 할 여러 일들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현지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직접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 스페인어도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막상 니카라구아에 가서는 공부한 만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알아듣는 것도 쉽지 않았고, 준비했던 말도 실제 사람 앞에서는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출발 전에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는 준비해야 짧은 시간이라도 가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준비했지만 막상 출발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기대였는지, 회의였는지, 아니면 나름의 사명감이었는지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생각이 뒤섞였다.

니카라구아 단기선교 출발 전 공항에서 촬영한 선교팀 단체사진

마나구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생겼다

니카라구아로 가는 길부터 쉽지는 않았다.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출발해 약 3시간을 날아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다시 3시간가량 기다리며 점심을 먹고 니카라구아행 비행기에 올라 또 3시간을 날아갔다.

그런데 마나구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가져간 큰 짐 네 개 가운데 하나는 아예 도착하지 않았다. 나머지 세 개 중 두 개는 공항 검색에서 문제가 되었다.

하나는 20달러를 내고 가지고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결국 공항에서 압수당했다.

그 짐들을 찾기 위해 다음 날, 그리고 또 그다음 날까지 선교사님과 함께 마나구아 공항을 오가야 했다.

선교센터에서 공항까지 왕복하는 데 거의 6시간.

선교사님이 운전하는 픽업트럭을 타고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니카라구아 마나구아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서 바라본 화산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서 본 것

처음에는 그저 ‘우리 짐을 찾으러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길을 오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선교사님이 현지에서 감당하는 수많은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일이었다.

선교팀이 올 때마다 공항에 마중을 나가고, 문제가 생긴 짐을 찾으러 다시 공항에 가고, 때로는 이틀, 사흘씩 하루의 절반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우리가 선교라고 생각했던 무대 앞의 일들 뒤에는 누군가가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수많은 일상이 있었다.

준비한 것보다 부족함이 더 많이 보였다

현지에서 우리가 주로 한 일은 중고등학생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VBS 프로그램과 부채춤, 연극 등의 공연이었다.

1년을 준비했으니 제법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실수투성이였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았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런 부족함 속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함께한 강 목사님의 간단한 설교 후 이어진 알타콜(결신초청)을 보면서는 큰 감동을 받았다.

둘째 날 학교 행사에서는 선교사님과 현지 목회자가 서로 힘을 합쳐 사역하는 모습을 보았다.

운전에서부터 식사 준비, 행사 준비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님 부부의 열정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니카라구아 중고등학생들과 함께한 대규모 단기선교 사역 현장

선교사는 특별한 사람일까?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선교사는 특별한 사람일까?’

현지에서 만난 선교사님은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달랐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헌신하고 있었다.

어쩌면 선교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부르심 앞에서 삶을 내어놓는 선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단기선교팀은 왜 필요할까?

니카라구아에 오기 전까지 내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었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님이 있는데, 우리가 며칠 다녀온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그런데 현장에서 선교사님과 함께 움직이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에 남은 비유가 하나 있다.

‘선교사가 소총수라면, 단기선교팀은 대포와 같다.’

현지 선교사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말씀을 전하고, 필요한 일을 돕고, 때로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그것은 며칠 머물다 돌아가는 선교팀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온 선교팀이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혼자서는 준비하기 어려운 VBS 프로그램이나 공연, 많은 사람이 필요한 행사를 함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선교에서도 현지에서 관계를 이어온 선교사님과 목회자들의 사역에 선교팀이 힘을 보태면서,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함께 감당할 수 있었다.

니카라구아 학생들과 함께한 단기선교 사역 모습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가 있었다.

현지 사람들에게 선교사님은 오랫동안 만나온 친숙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멀리서 찾아온 낯선 외국인이었다.

이번 사역에서는 바로 그 낯섦 때문에 오히려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온 선교사님의 사역 위에, 멀리서 찾아온 선교팀의 만남이 더해지면서 서로 다른 역할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금 알 것 같았다.

단기선교팀의 목적은 현지 선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관계를 만들어 온 선교사와,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선교팀이 서로의 역할을 더해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것이었다.

소총과 대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내가 생각했던 단기선교는 ‘며칠 동안 가서 우리가 무엇을 해주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단기선교는 현지 선교사가 오랫동안 이어온 사역 위에 잠시 힘을 보태고, 서로 다른 역할이 만나 시너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 삶을 돌아봤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가난하다’는 말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필요한 것이 주어져 있음에도 내일 먹을 것까지 미리 염려하고, 더 안정된 삶과 더 많은 것을 좇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니카라구아 현지 가정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단기선교를 다녀오면 무엇이 달라질까?

니카라구아에 가기 전 나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단기선교를 며칠 다녀온다고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박 6일 만에 그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단기선교팀이 현지 선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선교사와 힘을 합쳐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감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래 관계를 이어온 선교사와 낯선 외국에서 찾아온 선교팀의 서로 다른 역할이 만났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니카라구아 현지 사역 중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

그렇다고 우리가 그곳에 가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무언가를 해주러 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올 때 보니 오히려 내가 보고, 배우고, 받은 것이 훨씬 많았다.

어쩌면 이번 단기선교의 첫 번째 변화는 니카라구아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나 자신 안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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