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검색어를 찾아보고, 경쟁이 적어 보이는 키워드를 골라서 글을 썼다.
지금까지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먼저 썼다면, 이번에는 순서를 한번 바꿔본 것이다.
사람들이 찾는 것을 먼저 보고 글을 써보는 것.
앞으로 블로그 방문자를 늘리려면 이런 글도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바로 다음 날, 정반대의 일이 생겼다.
문득 검색과는 아무 상관없는 글 하나를 쓰고 싶어졌다.
며칠 전 다녀온 니카라구아 단기선교 간증문이었다.
이걸 여기에 써도 되나?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는 AI를 사용해 워드프레스를 만들고, 글을 쓰고, SEO를 배우면서 겪은 일들을 주로 기록했다.
그런데 갑자기 선교여행 간증문이라니.
너무 생뚱맞지 않을까?
블로그에는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제는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까지 찾아가며 글을 써놓고, 오늘은 아무도 검색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뭔가 거꾸로 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이 블로그를 이렇게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으니 내가 겪는 모든 것이 글감이었다.
도메인을 사고, 워드프레스를 설치하고, 메뉴를 만들고, 구글 서치 콘솔을 연결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로그에는 ‘블로그를 만드는 이야기’가 계속 쌓였다.
그게 지금까지 이 블로그의 주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검색어도 SEO도 생각하지 않은 글
예전에 써두었던 니카라구아 단기선교 간증문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 글은 검색량을 조사해서 찾은 주제도 아니었다.
SEO 점수를 올리려고 고른 키워드도 없었다.
그냥 내가 실제로 겪었고, 기록해 두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나는 원래 단기선교에 꽤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현지 사정도, 언어도, 문화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며칠 다녀온다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이 현지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아내를 따라 니카라구아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들을 보고 돌아왔다.
선교사는 소총수, 단기선교팀은 대포
간증문을 다시 다듬으면서 당시에는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 하나가 더 선명해졌다.
‘선교사가 소총수라면, 단기선교팀은 대포와 같다.’
조금 거친 비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모습은 그랬다.
현지 선교사는 오랜 시간 한 사람 한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반면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단기선교팀은 VBS나 공연처럼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을 한꺼번에 도울 수 있다.
그리고 현지 선교사님과 이미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온 낯선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여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제야 조금 이해했다.
단기선교팀이 선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한 편의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번에는 AI 이미지도 만들지 않았다
글을 다듬는 방법도 평소와 조금 달랐다.
AI에게 검색 키워드에 맞춰 글을 바꾸게 하지 않았다.
원래 쓴 글의 목소리는 최대한 그대로 두고, 읽기 어려운 부분만 다듬고 당시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을 조금 보충했다.
사진도 AI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톡에 남아 있던 실제 선교여행 사진을 하나씩 찾아 저장했다.
공항 단체사진, 니카라구아로 이동하던 길, 학생들과 함께했던 사역, 현지 가정에서 나눈 대화, 함께 기도했던 장면.
이번 글에는 내가 실제로 찍은 사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게 글을 거의 완성하고 나니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 글이 ForeverDisciple에 어울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다.
블로그 이름은 ForeverDisciple인데,
정작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는 ‘Disciple’인 내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모든 글에 ‘몇 일차’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또 하나 고민한 것이 있었다.
이 간증문에도 ‘054일차’를 붙여야 하나?
생각해보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054일차는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번호다.
니카라구아 단기선교를 54일 동안 다녀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준을 하나 정했다.
블로그 성장일지에는 계속 일차를 붙인다.
하지만 내가 따로 쓰고 싶은 독립적인 글에는 일차를 붙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블로그를 만드는 것에서, 블로그에 무엇을 담을지로
처음에는 블로그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버튼 하나를 어디서 눌러야 하는지도 몰랐고, SEO 점수 몇 점에도 신경을 썼다.
그런데 54일째가 되니 고민이 조금 달라졌다.
‘어떻게 블로그를 만들까?’에서
‘이 블로그에 무엇을 담을까?’로.
검색되는 글도 써야 한다.
틈새 키워드도 찾아야 하고, 수익화 실험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쓸 거라면 이 블로그 이름이 꼭 ForeverDisciple이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어제는 사람들이 검색하는 글을 처음 써봤다.
오늘은 아무도 검색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하나 쓰고 싶어졌다.
아마 둘 다 이 블로그에 필요한 글일 것이다.
그래서 니카라구아 이야기도 올려보기로 했다.
단, 그 글에는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
54일차는 그 글을 쓴 날이 아니라,
내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도 되는지 처음으로 기준을 정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