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를 시작했을 때 나는 AI를 거의 몰랐다.
당연히 AI 활용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AI가 답을 해주면 일단 그 답을 따라가려고 했다.
워드프레스도 처음이었고, SEO도 몰랐고, 애드센스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AI는 대부분 바로 답을 해줬다.
“다음에는 뭘 해야 해?”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야?”
질문을 하면 그럴듯한 설명과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려줬다.
그러니 처음에는 AI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으니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87일 동안 거의 매일 AI와 같이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다 보니 조금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요즘 나는 AI의 답을 100% 믿지 않는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래서 오히려 AI가 예전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AI가 답하면 내가 다시 묻는다
처음에는 AI가 답을 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AI가 어떤 결론을 말하면 나도 모르게 다시 묻게 된다.
“왜?”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건 우리가 확인한 거야?”
“아니면 네 추측이야?”
최근 Search Console을 확인할 때도 그랬다.
최근 28일 동안 검색에 노출된 페이지를 확인했는데, 80일 차 이후에 쓴 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Google이 최근 글을 아직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AI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최근 글이라 Google이 아직 충분히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어?”
그래서 Search Console의 URL 검사에서 최근 글을 직접 확인했다.
080일 차, 081일 차, 084일 차 글은 모두 이미 색인되어 있었다.
심지어 세 글 모두 내가 확인한 바로 그날 새벽과 아침에 Googlebot이 크롤링한 기록이 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Google이 내 최근 글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럴듯한 답과 확인된 사실은 달랐다
그다음에는 최근 28일 동안 가장 많이 검색에 노출된 053일 차 글을 살펴봤다.
이 글은 실제 검색어를 먼저 확인하고 쓴 글이었고, 최근 28일 동안 23회 노출되고 3번 클릭됐다.
그러자 AI는 이 글이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질문과 잘 맞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럴듯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또 궁금해졌다.
“그 글 하나만 보고 검색 의도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어?”
생각해보니 그럴 수 없었다.
053일 차 글 하나가 검색에 노출됐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그 글이 실제 검색어를 확인하고 쓴 글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연결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검색어 때문인지, 글이 올라간 시점 때문인지, 경쟁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지금 가진 데이터만으로 알 수 없었다.
AI가 틀렸다는 것도 아니었다.
가능성이 있는 설명과 확인된 사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애드센스에서는 내가 AI를 말렸다
같은 날 애드센스에서 또 메일이 왔다.
결과는 다시 Low value content였다.
여기서도 AI는 처음에는 무엇을 다시 점검해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살펴보고 무엇을 고칠 수 있는지 다시 찾아보자는 방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멈췄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데 또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이미 이것저것 확인했고, 실제로 발견한 문제들은 고쳐왔다.
그런데 Google은 이번에도 Low value content라고만 알려줬다.
어떤 글이 문제인지, 사이트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AI에게 말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똑같은 작업을 다시 할 의미도 힘도 없어.”
그렇다고 애드센스를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바로 다시 재심사를 신청하고 싶었다.
원인을 알면 고치면 된다.
하지만 원인을 모른다면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면서 그때그때 실제로 발견되는 문제가 있을 경우 하나씩 고치면 되고 굳이 재신청을 미룰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확인해보니 지금은 사이트 검토 요청 횟수 제한 때문에 바로 재신청할 수 없었고, 10월 10일부터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결론은 단순했다.
확인되는 문제가 생기면 고친다.
확인할 수 없는 원인을 상상하면서 같은 점검을 반복하지 않는다.
글은 계속 쓴다.
그리고 10월 10일에 다시 신청한다.
가끔은 AI가 답답하다
87일 동안 AI를 사용하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비슷한 설명을 다시 할 때도 있다.
내가 이미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다시 제안할 때도 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너무 빨리 결론처럼 이야기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솔직히 답답하다.
“아까 그건 아니라고 했잖아.”
“왜 또 처음부터 하려고 해?”
“잠깐, 거기까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
이런 말을 하게 된다.
가끔은 내가 AI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건지, 내가 AI를 말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처음 AI를 사용했을 때는 이런 모습을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이 없었으니 AI의 답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87일 동안 같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에게도 경험이 생겼다.
그래서 AI가 하는 말과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다르면 그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 친근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다고 해서 AI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다.
AI를 100% 믿지 않게 되면서 이상하게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알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알고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을 보여줄 때도 있다.
내가 막혀 있을 때 다음에 무엇을 해볼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실수도 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내가 한 말을 놓칠 때도 있다.
어쩐지 사람 같다.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해도 그렇지 않은가.
상대방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 의견을 내면 다른 사람이 질문하고, 이상하면 다시 확인하고, 틀렸으면 방향을 바꾼다.
AI와 같이 블로그를 만드는 일도 점점 그런 느낌이 되어가고 있다.
AI 활용 방법도 달라졌다
생각해보면 AI를 사용하는 내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주로 이렇게 물었다.
“뭘 하면 돼?”
지금은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걸 확인할 방법이 있어?”
“우리가 지금 확실히 아는 것은 어디까지야?”
AI가 의견을 내면 나도 내 의견을 낸다.
맞는 것 같으면 해본다.
이상하면 다시 묻는다.
확인할 수 있으면 직접 확인한다.
때로는 AI가 맞고, 때로는 내가 맞다.
그리고 둘 다 답을 모를 때도 있다.
87일 동안 AI를 사용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AI를 믿어야 한다거나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AI에게 정답을 받으려고 질문했다면, 지금은 AI와 같이 답을 찾아보려고 질문한다.
가끔 답답하다.
가끔은 정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끔은 둘이 한참 이야기하고도 결국,
“아직은 모르겠다.”
라는 결론에 도착한다.
그것도 이제는 괜찮다.
87일째.
AI에게 답을 받는 법보다 AI와 내 생각을 주고받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아마 또 AI에게 물을 것이다.
“오늘은 뭐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