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Life Doesn’t Stop While We Wait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 시편 46:10

답이 오지 않는 시간

살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마친 뒤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결정을 내렸고, 필요한 서류를 보냈고, 할 수 있는 준비도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는 일뿐입니다.

처음 하루는 괜찮습니다.

둘째 날에는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셋째 날이 되면 마음속에서 수많은 질문이 시작됩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내가 무언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이 기다림 끝에 아무런 결과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수십 번의 실패와 실망을 경험합니다.

Sometimes, silence feels heavier than bad news.

때로는 나쁜 소식보다 아무 소식이 없는 시간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불안은 현실이고, 믿음도 현실입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불안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고,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기도한다고 해서 통장의 숫자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을 신뢰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날은 믿음보다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할 일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곧 믿음이 없다는 증거는 아닐 것입니다.

성경 속 믿음의 사람들도 두려워했고, 흔들렸고, 때로는 하나님께 왜 침묵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다윗은 시편 13편에서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믿음의 사람도 기다림이 길어지면 지칩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인지 모릅니다.

Faith is not the absence of fear. It is choosing to trust God in the presence of fear.

믿음은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기다림과 멈춤은 다릅니다

우리는 종종 기다리는 시간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침은 찾아옵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에게는 오늘도 내가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현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일과 오늘을 살아가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무엇을 통제할 수 있고 무엇을 통제할 수 없는지 배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결정은 내 손에 있지 않습니다.

내일의 경제 상황도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일의 결과조차 언제나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지, 맡겨진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감당할지, 실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지는 여전히 내가 선택해야 할 몫입니다.

Waiting is not the same as standing still.

기다린다는 것이 곧 멈춰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가만히 있다는 것

시편 46편 10절은 말합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일까요?

시편 46편은 땅이 변하고 산이 흔들리며 나라들이 소란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피난처이심을 선포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 말씀은 단순히 행동을 멈추라는 권고라기보다, 모든 것을 내 힘으로 붙잡고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초대처럼 다가옵니다.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결과를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나는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과 결정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믿음은 이 경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충실하되, 내가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오늘의 평안까지 모두 빼앗기지는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제게 필요한 믿음의 모습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의 용기

우리는 인생이 바뀌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좋은 소식이 도착하는 날.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는 날.

불안했던 형편이 안정되고,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날.

물론 그런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의 하루하루도 우리의 인생입니다.

아무런 소식이 없는 오늘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오늘도,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하루입니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부분은 극적인 승리의 순간보다 이렇게 평범하고 불확실한 날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평범한 날들을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우리의 믿음을 조금씩 빚어갑니다.

돌이켜보면 믿음은 언제나 확신 속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 가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니카라과 단기선교의 경험도 그랬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한 채 한 걸음을 내디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도 불확실한 현실 앞에서 믿음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Sometimes faith is not about moving mountains.

Sometimes it is simply about getting up the next morning, opening the door, and trusting God with another ordinary day.

때로 믿음은 산을 옮기는 거대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저 다음 날 아침 다시 일어나 문을 열고, 또 하나의 평범한 하루를 하나님께 맡기는 일입니다.

오늘을 살아갈 은혜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답을 모릅니다.

기다리는 일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고, 지금의 어려움이 언제쯤 지나갈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기억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내일의 답을 아직 주시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을 살아갈 은혜까지 주시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6장 34절에서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내일의 문제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무게까지 오늘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초대처럼 들립니다.

오늘 감당해야 할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멀리 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성실하고, 오늘 주어진 작은 은혜를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하나님께 다시 맡기는 것.

그렇게 하루씩 살아가고 싶습니다.

Life doesn’t stop while we wait.

And God’s presence doesn’t depend on receiving the answer we hoped for.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함께하심은 우리가 원하는 응답을 받았는지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살아갑니다.

답이 아직 오지 않았어도, 오늘은 여전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아무런 소식이 없을 때면 자꾸만 나쁜 결과를 상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내일의 문제까지 오늘의 걱정으로 끌어옵니다.

주님,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주님께 맡겨야 할 일을 분별하게 해주십시오.

불안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불안에 지배당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의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게 하시고, 오늘의 책임을 감당하면서도 모든 결과가 제 손에 달려 있다고 착각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답이 늦어지더라도 주님의 함께하심을 의심하지 않게 하시고, 내일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오늘을 걸어갈 힘을 주십시오.

오늘 하루를 다시 주님께 맡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The answer may not come today. But grace for today is enough.”

답은 오늘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을 위한 은혜는 오늘에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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